티스토리 뷰
목차

저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에 늦게 입문했기에 다른사람만큼 되려고 꽤 오랫동안 모든일에 서둘러 했던것 같습니다. 그저 열심히 하면 다 된다고 믿었습니다.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착각했던 것이죠. 잠언 19장 2절 말씀을 붙들고 앉아 있다 보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을 조급하게 지나쳤는지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짧은 한 문장이 생각보다 훨씬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지식 없는 소원은 선하지 못하고 발이 급한 사람은 잘못 가느니라"
(잠언 19:2)
네페쉬 — 열정이 앞서면 길을 잃습니다
잠언 19장 2절에서 "소원"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네페쉬(נֶפֶשׁ)입니다. 여기서 네페쉬란 단순한 바람이나 소망이 아니라 영혼, 생명, 갈망 자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한다"는 표현에 가장 가깝습니다.
영혼을 다해 원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요? 하지만 말씀은 그 열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식이 결여된 열정이 문제라고 짚고 있습니다. 아무리 간절해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때가 있고 순서가 있는 것인데 숙성의 과정이 없었던 것이죠.
마감이 다가오거나 마음이 쫓길 때를 떠올려 보면 이 말씀이 더 분명해집니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을 앞지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그 마음을 붙잡아 줄 확인과 분별이 빠져 버리는 것이죠. 말씀이 말하는 '지식 없는 소원'이 바로 그런 상태입니다.
하타 — 과녁을 빗나간다는 것의 무게
"잘못 가느니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하타(חָטָא)입니다. 하타란 원래 '과녁을 빗나가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구약성경에서 '죄를 짓다'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방향을 잘못 잡는다는 뜻을 넘어 영적인 의미까지 담고 있는 것입니다.
사사기 20장 16절에는 베냐민 지파의 물매 잘 쓰는 사람들을 두고 "조금도 틀림이 없는 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도 같은 단어가 부정형으로 쓰입니다. 과녁을 맞히는 사람은 하타하지 않는 사람이고, 조급하게 길을 나서는 사람은 과녁을 빗나가는 사람이라는 구도입니다.
조급함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목표에서 빗나가는 영적 문제라는 뜻이니까요. 아무리 힘껏 돌을 던져도 방향이 틀리면 과녁에 맞지 않습니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방향 자체가 어긋났다면, 더 열심히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 하타(חָטָא): '과녁을 빗나가다'에서 '죄를 짓다'로 확장된 히브리어 동사
- 조급함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임
- 더 열심히 하기 전에 먼저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
- 사사기 20:16의 용례처럼, '빗나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
학부모 설명회 공문 — 5분을 아끼려다 생긴 일
예전에 학원에서 일할 때의 일입니다. 학부모 설명회를 앞두고 안내 공문을 발송해야 했는데, 다른 업무에 밀리다 보니 어느새 발송 마감 시간이 코앞까지 와 있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내용을 꼼꼼히 다시 읽어 보지도 않고 서둘러 발송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보내고 나서야 공문에 적힌 설명회 날짜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학부모님들께 일일이 사과 문자를 드리고, 공문을 다시 수정해서 처음부터 발송해야 했습니다. 5분만 더 들여 확인했으면 될 일을, 서두른 탓에 몇 배의 시간과 마음을 쓰게 된 셈입니다.
학원의 신뢰를 생명으로 함과 학생들의 학습과정에 빈틈없음과 완벽함을 설명하기 위한 간담회 공문에 빨리 하고 치우려 했던 안일함이 참담한 결과를 내버렸습니다. 정말 중요한 간담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그런 실수를 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후 간담회내용에 정말 심혈을 귀울였기에 만회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잠언 19장 3절 — 잘못된 길을 탓하는 방향
잠언 19장 2절 바로 다음 절이 저는 더 무섭습니다. "사람이 미련하므로 자기 길을 굽게 하고 마음으로 여호와를 원망하느니라"(잠언 19:3). 공문 일이 있었던 그날도 그랬습니다. 사과 문자를 보내면서 속으로는 '왜 하필 이날 일이 이렇게 몰렸나' 하고 상황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원인은 제 급한 발이었는데 말이죠.
이 흐름이 너무 정확합니다. 충분한 분별 없이 조급하게 움직이고, 길이 틀어지면, 그 탓을 내가 아닌 상황과 하나님께 돌리게 됩니다. 기도하고 기다리기보다 내 계산대로 먼저 행동하는 것, 그것이 조급함의 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잠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로운 삶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책입니다. 19장에도 지혜로운 사람과 미련한 사람의 대비가 곳곳에 나오는데, 그중 2절과 3절은 원인과 결과처럼 붙어 있습니다.
분별력 — 멈추고 묻는 시간이 가장 빠른 길
낯선 산길을 걷는 두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한 사람은 갈림길에서 지도를 확인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잠시 멈추고 지도를 꺼내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인지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두른 사람이 훨씬 앞서 있었지만, 결국 되돌아오는 데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쓰게 됩니다.
분별력이란 단순히 "천천히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향인지, 내 선택의 근거가 충분한 지식 위에 있는지 점검하는 능력입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인도하심도, 제가 먼저 깨어서 그 신호를 감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조급함은 그 감도를 떨어뜨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잠언 19장 2절에서 '소원'이 왜 문제가 되나요?
A. 원문에서 '소원'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네페쉬는 영혼의 갈망을 뜻합니다. 말씀은 그 갈망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분별이 없는 갈망은 아무리 선해 보여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 가르칩니다. 열정보다 방향이 먼저라는 뜻입니다.
Q. '하타'가 단순히 실수가 아니라 죄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히브리어 하타는 과녁을 빗나간다는 뜻에서 출발한 단어입니다. 조급하게 행동해서 방향이 틀어지는 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목표(과녁)에서 벗어나는 영적인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더 열심히 쏜다고 과녁에 맞지 않는 것처럼, 잘못된 방향의 노력은 오히려 목적지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Q. 조급함을 어떻게 실제로 내려놓을 수 있나요?
A. 거창한 방법보다 '결정 직전의 짧은 멈춤'이 출발점입니다. 무언가를 보내거나 결정하기 전에, 이것이 충분히 확인하고 내린 결정인지, 기도와 말씀으로 방향을 먼저 물었는지 잠깐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 몇 분이 나중의 큰 수고를 막아 줍니다.
Q. 잠언 19장 2절과 3절은 어떻게 이어지나요?
A. 2절이 조급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라면, 3절은 그 결과를 보여 줍니다. 미련하게 자기 길을 굽힌 사람이 결국 마음으로 하나님을 원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서둘러 그르쳐 놓고 상황이나 하나님을 탓하게 되는 패턴, 이 두 절은 원인과 결과로 딱 맞물려 있습니다.
결론
잠언 19장 2절 말씀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크게 돌아본 것은 '조급함이 부지런함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면 뭔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생깁니다. 마감 직전 서둘러 보낸 공문처럼 말이죠. 그런데 과녁을 빗나가는 하타가 거기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끝에 하나님을 원망하게 된다는 3절의 경고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결국은 깨어 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인도하심을 제대로 감지하려면, 먼저 조급함을 내려놓고 분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소원이 바른 지식 위에 있는지, 방향은 맞는지 잠깐 멈추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자료
· 대한성서공회,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bskorea.or.kr)
· BibleHub, Proverbs 19:2 (biblehub.com)
· BibleHub, Strong's Hebrew 2398 하타 (bibleh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