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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묵상 그리고 삶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 하박국 3장 17-18절 (질문, 기다림, 결단)

마하나임220 2026. 10. 13. 15:32

목차


    살면서 제 생각이 맞다고 믿었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 왜 저를 이렇게 인도하십니까"라고 속으로 수없이 물었습니다. 지금도 빠듯한 형편 가운데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 저에게 하박국 3장 17-18절은 여섯 가지 결핍을 나열한 뒤 "그래도 기뻐하리로다"로 끝나는 고백입니다. 흔히 감사의 구절로 인용되지만, 이 고백 앞에는 1장의 따짐과 2장의 기다림이 먼저 있었습니다.

     

    17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18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하박국 3:17-18, 개역개정)



    하박국의 질문 — "어느 때까지리이까"

    하박국서는 호세아부터 말라기까지 열두 권의 짧은 예언서, 곧 소선지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선지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선포하는 구조인데, 하박국은 반대입니다. 선지자가 먼저 하나님께 질문하고, 하나님이 대답하시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원전 7세기 말, 바벨론(갈대아)이 고대 근동의 패권을 쥐어 가던 시기였습니다. 유다 안에는 불의와 폭력이 가득했고, 하박국은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 내가 강포로 말미암아 외쳐도 주께서 구원하지 아니하시나이다"(하박국 1:2). 공손한 기도가 아닙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선지자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느껴집니다. 저 역시 일이 제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같은 질문을 반복했으니까요.

    하나님은 바벨론을 들어 심판하겠다고 답하십니다. 그런데 하박국은 그 답에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불의한 유다를 심판하기 위해 더 악한 바벨론을 쓰신다고?' 이 혼란이 2장으로 이어집니다. '하박국'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끌어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질문하면서도 하나님을 놓지 않은 사람의 이름입니다.

     

    파수꾼의 기다림 — 손 놓음이 아니라 지켜봄

    "내가 내 파수하는 곳에 서며 성루에 서리라 그가 내게 무엇이라 말씀하실는지 기다리고 바라보며 나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하실는지 보리라 하였더니"(하박국 2:1). 하박국은 성벽 위의 망루에 올라갑니다. 파수꾼이 적의 움직임을 살피듯 응답을 기다리는 자세입니다. 저는 이 기다림이 체념이 아니라 눈을 뜨고 지켜보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나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하박국 2:3). 묵시는 하나님이 선지자에게 보여 주신 계시입니다. 중요한 건 "정한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가 모를 뿐입니다.

    저는 오래 해 온 학원 일을 내려놓고 회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돌아보면 "왜 이렇게 인도하십니까"라고 묻던 시간들이 결국 가장 좋은 길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며 저는 성장했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해결해 낸 경험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퇴근 후 말씀을 묵상하고 글을 쓰는 일을 붙들고 있습니다. 파수꾼처럼 지켜보면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하는 것, 그것이 제가 믿는 기다림입니다.

    • 하박국 2장의 기다림은 성루에 서서 응답을 바라보는 능동적인 자세입니다.
    • "정한 때"는 때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때를 내가 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기다리는 것과 오늘 할 일을 감당하는 것은 서로 부딪히지 않습니다.
    요약: 하박국의 기다림은 손 놓음이 아니라, 응답을 지켜보며 오늘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결핍의 목록 — 여섯 번의 "없을지라도"

    무화과, 포도, 감람(올리브), 밭의 곡식, 우리의 양, 외양간의 소. 17절에 나오는 이 여섯 가지는 당시 농경과 목축 사회에서 생계를 이루는 거의 전부였습니다. 경제적 기반이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을 그린 것입니다.

    이 구절이 감사의 본문으로 인용될 때는 "그래도 기뻐하자"는 결론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없을지라도"가 여섯 번이나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잃은 것을 하나씩 다 헤아린 뒤에야 18절의 고백이 나옵니다. 아픔을 건너뛴 기쁨이 아니라, 아픔을 다 말한 뒤의 기쁨입니다.

    지금 저는 아이 둘의 교육비와 생활비, 대출 상환을 감당하면서 빠듯한 달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라는 표현이 먼 옛날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박국이 이 고백을 썼을 때도 상황은 회복된 뒤가 아니었습니다. 바벨론의 위협은 여전히 현실이었고, 17절의 결핍은 실제로 닥칠 수 있는 미래였습니다.

     

    기쁨의 근거 이동 — 소유에서 하나님 자신으로

    17절에서 18절로 넘어가는 순간은 단순한 기분의 변화가 아닙니다. 기쁨이 기대는 자리 자체가 옮겨 갑니다. 17절까지 그 자리는 소유와 수확, 곧 눈에 보이는 것들이었다면, 18절에서는 하나님 자신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이 구절의 핵심입니다.

    이 구절을 "모든 것이 없어도 괜찮다"는 체념이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읽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념은 고통을 덮는 것이고, 하박국이 하는 것은 다릅니다. 기쁨이 기대는 자리를 바꾸는 것, 곧 결단입니다. 제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상황이 나아져서 버틴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저를 단련하고 계신다고 믿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3장 19절은 이 고백의 결론입니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하박국 3:19). "사슴과 같은 발"은 험한 산지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디디는 암사슴의 발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난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발을 주신다는 고백입니다. 문제가 없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문제 위를 디딜 발을 달라고 구하는 것은 방향이 다릅니다.

    요약: 하박국 3:18의 핵심은 기쁨의 근거를 소유에서 하나님 자신으로 옮기는 결단이며, 3:19의 사슴 발은 고난을 걸어갈 힘을 가리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박국처럼 하나님께 따지듯 질문해도 되나요?

    A. 하박국서는 그 질문이 성경에 그대로 기록된 책입니다. 하나님은 하박국의 "어느 때까지리이까"를 꾸짖지 않으시고 대답하셨습니다. 저도 "왜 저를 이렇게 인도하십니까"라고 수없이 물었지만, 그 질문이 하나님을 떠나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머무는 방법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한 뒤 성루에 서서 응답을 기다리는 자세입니다.

     

    Q. 이 구절을 "믿으면 경제적으로 회복된다"는 뜻으로 봐도 되나요?

    A. 저는 그 해석에는 조심스럽습니다. 하박국은 회복을 약속받은 것이 아니라 "정한 때에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방식과 때는 선지자 본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구절을 회복의 보증으로 읽으면 회복이 늦어질 때 신앙이 흔들리게 됩니다. 기쁨의 근거를 결과가 아닌 하나님 자신에 두는 것이 본문의 방향입니다.

     

    결론

    하박국 3장 17-18절을 제대로 읽으려면 1장의 질문과 2장의 기다림을 건너뛰면 안 됩니다. 이 고백은 상황이 해결된 뒤의 감사가 아니라, 여전히 무너진 자리에서 기쁨의 근거를 옮기기로 결단한 고백입니다. 체념은 기대를 포기하는 것이고, 결단은 기대가 기대는 곳을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말씀 가운데 인도하시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힘을 길러 주실 것이라 믿고 오늘도 제 자리를 지킵니다. 지금 빠듯한 시간을 지나고 계신다면, 하박국처럼 하나님께 솔직하게 묻고, 성루에 서서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붙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은혜에 대해서는 다시 일어서다 : 예레미야애가 3장 22-23절에서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참고자료
    · 대한성서공회,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bskorea.or.kr)
    · 『IVP 성경배경주석: 구약』, 하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