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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바쁠때는 계획을 세워놓고 빈틈없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고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이것 저것 다 할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조금만 쉬다가 하지 또는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어슬렁 거리기 일수 입니다. 참 이상하죠 그리고는 내일부터 또는 다음주부터 또는 다음달부터 라고 미루곤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보면 시간이 다 지가가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계획만 세우다가 두달을 통째로 흘려보낸 적이 있습니다. 잠언 13장 4절은 그때 제 모습을 정확하게 짚어낸 말씀이었습니다. "원하기는 하되 움직이지 않는 삶"과 "작게라도 꾸준히 움직이는 삶"의 차이가 결국 얼마나 벌어지는지 함께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게으름 — 소원은 있는데 현실은 그대로인 이유
직접 겪어보니, 게으른 사람에게 소원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머릿속은 항상 바빴습니다. 이걸 해야지, 저걸 바꿔야지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는데, 정작 몸은 스마트폰을 쥔 채 숏폼 영상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자정이 지나서야 문득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잠언 13장 4절의 원어인 히브리어 본문에서 '게으른 자(עָצֵל, 아첼)'는 단순히 몸이 느린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서 '아첼'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며 마음만 앞서는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제가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판단은 빨랐고,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하기는 좋아했는데, 정작 제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조금만 쉬고 하자"는 말과 함께 계속 밀려났습니다.
성경학자 트렘퍼 롱맨 3세(Tremper Longman III)는 잠언의 게으름을 가리켜 "의도와 행동 사이의 만성적 단절"이라고 설명합니다(출처: IVP Academic, Proverbs Commentary). 제가 그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의도만 좋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으니까요.
결국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앞에 두고 가장 쉬운 반응은 "상황이 안 좋아서"라고 핑계를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핑계입니다.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상황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냥 시간만 낭비되었습니다.
부지런함 — 몸을 혹사하는 것과 성실함은 다릅니다
한때 저는 '부지런함'을 잠을 줄이고 더 많이 일하는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그 시기에 번아웃(Burnout)이 왔습니다.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과부하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무기력이 찾아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이미 꺼진 것 같은 그 상태가 정확히 번아웃이었습니다.
잠언이 말하는 '부지런한 자(חָרוּץ, 하루츠)'는 다릅니다. 히브리어 '하루츠'는 날카롭게 결정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작게라도 매일 실천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공부하면서 참 많은 반성을 하였습니다. 일단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후 저는 하루에 거창한 것을 쏟아붓는 대신, 그날 반드시 해야 할 한두 가지를 정하고 그것만은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실천을 시작한 지 세 달쯤 됐을 때, 그런데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쌓여 있었습니다. 완성된 글, 정리된 관계, 마음의 안정감이 분명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변화는 결심하는 날이 아니라 조용히 반복한 날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의 자기조절 연구에 따르면, 큰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소규모 행동이 동기와 자기 효능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성경의 지혜와 현대 심리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지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천 — 기도와 행동 사이, 제가 놓쳤던 것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나 생각해보면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도와 행동을 분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 제 상황을 바꿔 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정작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내일로 미루고 있었습니다. 묵상을 하면서 잠언 13장 4절을 다시 읽었을 때, 말씀이 저에게 조용히 묻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네 손에 맡긴 오늘의 일은 했느냐?"
신앙적으로 중요한 개념 중에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이 있습니다. 청지기 정신이란 하나님이 맡기신 시간, 재능, 자원을 주인의 뜻에 따라 성실하게 관리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청지기는 큰일을 맡은 사람이 아니라, 오늘 맡겨진 일을 대충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실천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입니다.
- 일어날때 꼭 이불을 가지런히 갭니다.
- 오늘 꼭 해야할 일을 한가지 정합니다.
- 포기하고 싶었던 일을 "딱 10분만"이라는 조건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 맡은 일을 대충 마무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끝냅니다
중요한 것은 크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것입니다. 큰 결심보다 작은 시작이 삶을 더 많이 바꿉니다.
나눔 질문
Q. 기도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A. 잠언 13장 4절은 기도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도와 행동은 대립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말씀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 위에서 오늘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는 것, 그것이 잠언 전체가 강조하는 지혜(호크마)의 모습입니다.
Q. 작은 실천이 정말 삶을 바꿀 수 있나요?
A.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처음 세 달은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분명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 연구에서도 큰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소규모 행동이 자기효능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인다고 밝힙니다. 크게 시작하는 것보다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결론
잠언 13장 4절을 다시 읽을 때마다 제 마음이 먼저 찔립니다. 원하는 마음은 언제나 있었고, 계획도 세웠는데, 정작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미루어 둔 일이 한두 개가 아닌 날이 여전히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말씀은 정죄가 아니라 방향을 짚어주는 나침반으로 읽힙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 꼭 한가지 계획세운일을 해 나가야 합니다. 그 한 가지가 쌓이면 두 개가 되고 그것이 쌓이면 정말 커다란 보물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다면 저와 함께 그것부터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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