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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묵상 그리고 삶

범사에 감사 :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18 (감사의 의미, 데살로니가전서, 하나님의 뜻)

마하나임220 2026. 10. 16. 17:05

목차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Rejoice evermore. Pray without ceasing. In every thing give thanks: for this is the will of God in Christ Jesus concerning you." (1 Thessalonians 5:16-18, KJV)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하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좀 억지 같았습니다. 그러다 엔진 경고등을 켠 채로 바쁘게 버티던 어느 날, 귀찮기만 했던 일 하나가 좋은 방향으로 풀렸습니다. 그 일 이후로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이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가 억지로 웃으라는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사에"의 뜻 : 나쁜 일에도 감사하라는 걸까?

    "범사에 감사하라"를 나쁜 일 자체에도 감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이 늘 불편했습니다. 힘든 일 앞에서 "이것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저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헬라어 원문을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범사에"로 번역된 '엔 판티(ἐν παντί)'는 "모든 것 때문에"가 아니라 "모든 형편 가운데서"라는 뜻입니다. 전치사 '엔(ἐν)'이 감사의 이유가 아니라 감사하는 자리, 곧 상황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나쁜 일이 감사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형편에 있든 그 안에서 하나님께 감사할 자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어떤 처지였는지도 봐야 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1장 6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또 너희는 많은 환난 가운데서 성령의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 우리와 주를 본받은 자가 되었으니." 편하게 살던 사람들에게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믿음 때문에 실제로 환난을 겪고 있는 교회에 보낸 말씀이었습니다. 환난 한가운데서 "성령의 기쁨"을 누리던 사람들에게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고 말한 것입니다.

    하나 더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기뻐하라(카이레테)", "기도하라(프로슈케스테)", "감사하라(유카리스테이테)" 세 동사가 모두 헬라어 현재 명령형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명령형은 한 번 하고 끝내는 행동이 아니라 계속 이어 가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쉬지 말고"로 번역된 '아디알레잎토스(ἀδιαλείπτως)'도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반복되는 상태를 말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기쁨과 기도와 감사는 세 가지 따로 된 숙제가 아닙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날마다 이어지는 하나의 삶의 방식입니다.

    • '엔 판티(ἐν παντί)' : "모든 것 때문에"가 아니라 "모든 형편 가운데서". 감사의 이유가 아니라 감사의 자리를 말합니다.
    • 데살로니가 교인들은 "많은 환난 가운데서" 이 말씀을 받았습니다. 감사는 좋은 조건에서만 나오는 감정이 아닙니다.
    • 기뻐하라·기도하라·감사하라는 모두 현재 명령형입니다.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계속 이어 가는 삶입니다.
    요약: "범사에 감사하라"는 나쁜 일을 좋게 느끼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형편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자리를 지키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뜻 : 귀찮음이 은혜가 된 날

    며칠 전 제 차에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그냥 두면 큰 고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알아본 정비소들도 하나같이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 차가 고장 났습니다. 회사 차를 정비소에 맡기는 동안 제 차로 동료와 같이 다녀야 했습니다. 제 일정도 빠듯한데 차까지 내줘야 하니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그 정비소는 실력으로 소문난 곳이었습니다. 회사 계약처라서 제 차 엔진 경고등까지 같이 봐 주었고, 저렴하고 꼼꼼하게 수리를 마쳤습니다.

    이런 일을 두고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 돌아온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도서 11장 1절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나 갈라디아서 6장 9절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를 그런 뜻으로 읽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았습니다.

    그날 수리비가 많이 나왔다면 저는 감사했을까요?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 감사는 결과를 보고 값을 치르는 거래였던 셈입니다. 로마서 8장 28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합력하다(συνεργέω, 쉬네르게오)'는 여러 가지가 함께 일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좋은 결과가 보일 때만 하나님이 일하시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이미 일하고 계신다는 것이 이 말씀의 핵심입니다.

    이번 일이 제게 남긴 건 "선행은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공식이 아니었습니다. 손해라고 생각했던 자리가 알고 보니 하나님이 미리 준비해 두신 길이었다는 것, 감사는 결과를 보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결과가 보이기 전부터 지키는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다시 배우게 해 준 작은 표지판이었습니다.

    요약: 이번 일은 선행이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공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때도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믿는 것이 진짜 감사라는 걸 알게 해 주었습니다.

     

    나눔 질문

    Q. "범사에 감사하라"가 억지 긍정처럼 느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엔 판티(ἐν παντί)'가 "모든 것 때문에"가 아니라 "모든 형편 가운데서"라는 뜻이라는 걸 알고 나서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나쁜 일을 좋게 느끼라는 말이 아니니까요. 감정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이 상황 안에서도 내가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을까"를 먼저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그런 상황이 있다면 그 질문 하나만 마음에 품어 보셔도 충분합니다.

     

    Q. 귀찮다고 여겼던 일이 나중에 은혜로 이어진 적이 있으신가요?

    A. 저에게는 이번 정비소 일이 그랬습니다. 그때는 귀찮기만 했는데 지나고 보니 하나님이 미리 준비해 두신 길이었습니다. 감사는 큰 결심보다 이런 작은 돌아봄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오늘 귀찮았던 일이 나중에 어떤 의미가 될지 열어 두는 것부터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결론

    이번 일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감정을 억지로 바꾸라는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는 믿음 위에 서라는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은혜가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왔지만, 늘 그렇게 오지는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그 믿음을 붙드는 것, 그게 진짜 감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당장 감사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바울이 현재 명령형으로 말한 것처럼 감사는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이어 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말씀을 붙들고,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판 (데살로니가전서 1:6, 5:16-18 / 전도서 11:1 / 갈라디아서 6:9 / 로마서 8:28) · King James Version (데살로니가전서 5:16-18) · 헬라어 원문: Nestle-Aland 28판(NA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