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졌던 그 자리 (고난 4편)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믿음이 강하면 고난을 덜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린도후서 4장을 제대로 들여다보니 그게 완전히 틀린 기대였습니다. 바울은 고난이 없어진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난을 정면으로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자녀 문제, 경제적 압박, 건강까지 한꺼번에 무너지던 시기에 이 구절을 다시 읽고 제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위로를 찾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바울의 고난 — 관념이 아닌 실제 몸으로 겪은 일일반적으로 신앙 위인들의 고난은 조금 미화되거나 추상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린도후서 11장을 바울의 선교 기록과 함께 찾아 읽었을 때, 이건 차원이 달랐습니다. 매질, 투옥, 돌팔매질, 조난 ..
무너졌던 그 자리 (고난 3편)솔직히 저는 고난을 '연단(鍊鍛)'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말이 처음엔 공허하게 들렸습니다. 힘든 사람한테 "이게 다 뜻이 있어"라고 말하는 게 위로가 되는지 회의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욥기 23장 10절을 다시 붙들고 앉아 있으니, 이건 위로의 말이 아니라 극한의 고통 속에서 터져 나온 한 사람의 날 것 고백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욥이 얼마나 처절한 상황에서 이 말을 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이 구절이 왜 수천 년 뒤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지 납득이 됩니다. 단련 —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의 실제 의미 욥기 23장 10절에서 '단련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는 '바한(בָּחַן)'입니다. 여기서 바한이란 금속을 고온에 노출시켜 순도를 검증하고 불순물을 ..
무너졌던 그자리 (고난 2편)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꺼낸 말 한마디가 오히려 상처가 되어 돌아온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아버지의 치매 이야기를 꺼냈다가 지인의 쏟아지는 참견에 말문이 닫혀 버린 뒤로, 더 이상 사람에게 속을 털어놓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닫힌 자리에서 펼쳐 든 성경에서 시편 34편 18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윗이 이 시를 쓴 배경 — 체면도 정체성도 무너진 자리시편 34편은 '아크로스틱(Acrostic) 시편'에 속합니다. 여기서 아크로스틱이란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대로 각 행이 시작되는 구조를 말하는데, 형식적 완성도와 달리 이 시의 내용은 몹시 처절한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다윗은 왕으로 기름 부 음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울 왕에게 쫓기다 피신한 블레셋 땅 가드에서조차 목숨..